약 70년 전 쓰인 ‘霧島(기리시마)’가 만들어낸,
마쓰다 가문과 이어져 온 세대를 넘는 인연이란 무엇일까.
소주의 라벨에, 미야자키 중심가에 서 있는 간판에, 그리고 이 웹사이트 좌측 상단에도 내걸려 있는 ‘霧島(기리시마)’ 로고마크.
보기만 해도 저녁 술자리를 떠올리게 만드는 이 상징적인 로고는, 약 70년 전 마쓰다 즈이카 씨(초대)의 손에서 탄생했다.
더 나아가 구로키리시마의 ‘黒(구로)’, 아카키리시마의 ‘赤(아카)’ 글자는 그의 아들인 2대 마쓰다 즈이카 씨가, 도라후키리시마의 ‘虎斑(도라후)’과 시비타코죠 구로키리시마 겐슈의 ‘原酒(겐슈)’ 글자는 손자인 마쓰다 즈이운 씨가 맡아, 부모와 자식 3대에 걸쳐 제작해 오고 있다.
기리시마 주조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이 붓글씨 로고에 담긴 마음과 탄생 비화에 대해, 마쓰다 즈이운 씨와 기리시마 주조 대표이사 전무 에나쓰 다쿠조우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1950~60년경, ‘기리시마’ 로고의 개편에 나선 이는 다쿠조우의 부친이자 기리시마 주조 2대 사장인 에나쓰 준키치였다.
그전까지는 이른바 ‘수염체’라 불리는 ‘기리시마’ 로고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준키치는 서예가가 쓴 힘과 유연함을 겸비한 붓글씨에 강한 고집을 가지고 있었다.
"열몇 조 정도 되는 일본식 방에 약 10명 정도의 서예가 선생님들이 줄지어 앉아, 각자 쓴 작품을 펼쳐 놓고 심사회가 열렸습니다. 아버지가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본 끝에, 초대 마쓰다 즈이카 씨가 쓴 ‘기리시마’가 선택되었습니다."
당시 아직 어렸던 시절, 아버지 준키치의 곁에서 ‘기리시마’ 탄생의 순간을 지켜본 다쿠조우는 이렇게 회상한다.
"그 당시 아버지의 정확한 의도까지는 알 수 없지만, ‘기리시마’라는 글자는 묵직하고 힘이 있으면서도 흐름이 느껴집니다. 쓴 사람의 마음과 의지가 그 안에 깃들어 있지요. 이런 표현은 수염체로는 결코 낼 수 없는 것이라는 걸, 지금은 알 수 있습니다."
준키치의 디자인에 대한 집념과 자세는, 세월이 흐른 지금도 다쿠조우에게 고스란히 계승되고 있다.
한편, 마쓰다 즈이운 씨가 처음으로 조부의 ‘기리시마’ 글자를 본 것은 초등학교 입학을 계기로 미야자키로 이주했을 때였다. 새 생활이 시작될 도시의 한가운데에 서 있던 간판의 글자였다.
"그 간판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 ‘기리시마’는 제 안에서 늘 자부심이자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아직 한자를 읽지 못하던 어린아이의 마음에도, 무언가 강하게 호소하는 힘이 있었던 것 같아요."
서예가 집안에서 태어나, 조부와 부친이 기리시마 주조의 로고를 맡아 왔다. 자신도 그 뒤를 잇고 싶다. 그런 마음을 끝내 떨쳐낼 수 없었던 즈이운 씨는 붓을 들고, 기리시마 주조 앞으로 자신의 뜻을 담은 편지를 써 내려갔다. 그 편지를 받은 다쿠조우의 답은 망설임 없는 것이었다.
"저 역시 다음은 꼭 마쓰다 즈이운 씨이기를 바라고 있었기 때문에, 같은 마음을 품고 계셨다는 사실이 무척 기뻤습니다."
에나쓰 가문과 마쓰다 가문. 서로가 대대로 이어 온 마음이, 시간을 넘어 마침내 교차한 순간이었다.
"조부님의 마음을 대신해 써 주셨으면 합니다."
그것이 ‘도라후키리시마’ 의뢰 당시, 다쿠조우가 즈이운 씨에게 전한 주문이었다.
‘霧島(기리시마)’라는 글자는 그대로 두고, 그 위에 새롭게 ‘虎斑(도라후)’ 두 글자를 위화감 없이 덧붙이는 것.
"평소 서도를 하면서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시도였기 때문에, 솔직히 매우 고생했습니다"라고 즈이운 씨는 당시를 돌아본다.
조부의 ‘기리시마’를 수없이 분석했다. 몸으로, 머리로, 직감으로, 이론으로, 온 힘을 다해 이해하려 애썼다. 의뢰자인 다쿠조우 역시 결코 타협하지 않았다. 즈이운 씨와 함께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현재 라벨에 사용되고 있는 로고가 완성되기까지 써 내려간 화선지는 무려 3,000장에 달했다고 한다.
"조부는 제가 어릴 때 돌아가셔서 서도에 대해 직접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없었지만, ‘기리시마’를 연구해 가는 과정에서 이 붓의 흐름에는 이런 마음이 담겨 있었을 것이라든지, 이 획의 튕김에는 이런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든지, ‘기리시마’를 통해 조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정말 기뻤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가족인 즈이운 씨였기에 가능했던 대화이자, 즈이카 씨가 ‘기리시마’에 담아낸 마음의 깊이를 증명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시비타코죠 구로키리시마 겐슈’의 ‘原酒(겐슈)’ 글자 역시 마쓰다 즈이운 씨에게 의뢰되었다.
“오래되고 위엄을 느끼게 하는 이미지가 어울린다”는 다쿠조우와 즈이운 씨의 공통된 인식 아래, 고풍스러우면서도 다소 우상향하는 선이 역동성을 전하는 목간**1의 ‘예서* 2’를 연상시키는 서체를 바탕으로 로고가 완성되었다..
즈이운 씨에게 이 작업은 ‘霧島(기리시마)’를 쓴 조부, ‘黒(구로)’을 그린 부친에 이어, 부모와 자식 3대에 걸친 협업이 되었다.
*1 목간: 먹으로 글자를 쓰기 위해 사용되던, 짧은 쪽지 모양의 길고 얇은 나무판
*2 예서: 한자의 서체 가운데 하나
다쿠조우는 현재의 ‘기리시마’ 글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霧’라는 글자를 보면 안개가 떠오르고, ‘島’라는 글자를 보면 섬이 떠오릅니다. 한자라는 것은 사물의 형태를 본떠 만들어진 그림에서 출발해 문자로 성립한 것입니다. 단순한 기호가 아니라, 한자 그 자체에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요.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사람이 의지를 담아 붓으로 써 내려간 글자라고 생각합니다. 그 마음이 보는 이에게도 전해져 사랑받아 왔기 때문에, 오늘에 이르러서도 기리시마 주조는 ‘기리시마’라는 글자 아래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 명의 서예가의 손에서 시작되어, 마음과 함께 대대로 이어져 온 ‘기리시마’의 로고. 그것은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기리시마 주조의 흔들림 없는 상징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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