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비추고 시대를 취하게 한 소주 붐, 그 이유는 무엇인가
패션과 오락, 음식과 언어 등 다양한 분야에 그때그때의 유행이 있듯이, 소주의 세계에도 붐이 존재한다.
구로키리시마를 비롯한 고구마 소주는 2000년대에 큰 주목을 받게 되는데, 이를 포함해 전후 일본에서는 소주 붐이 세 차례 있었다고 전해진다.
제1차 소주 붐은 1970년대 후반이다. 보드카, 진, 데킬라 등 무색투명한 술을 즐기는 이른바 ‘백색 혁명’이라 불린 붐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났고, 이에 호응하듯 일본에서도 소주 붐이 확산되었다.
가고시마의 소주 제조사들은 6:4 비율의 뜨거운 물 소주를 권하는 고구마 소주 광고를 방영했다. 고도 경제성장을 거치며 보급된 텔레비전을 통해 소개된, 이전에는 없던 음용 방식의 제안은 순식간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또한 마시기 쉬운 점을 앞세워 소바 소주가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 시기에 소주 시장은 종래의 약 세 배 규모로 확대되기에 이르렀다.
제2차 소주 붐이 일어난 것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1980년대 초반이다.
저렴하고 응용이 쉬운 화이트 리커가 대히트를 기록하면서, 이자카야에서는 ‘츄하이’와 ‘사워’가 큰 인기를 끌었다. ‘캔 츄하이’ 또한 이 시기에 처음으로 출시되었다.
아울러 깔끔하고 상쾌해 마시기 쉬운 보리 소주도 인기를 얻었다.
버블 경제 이전의 호황기에 접어든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이 보다 캐주얼하게 술을 즐기기 시작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2000년대에 들어서며, 그동안 지역에서 사랑받아 온 고구마 소주들이 잇따라 전국으로 확산되었고, 제3차 소주 붐이 일어났다. 도쿄에서는 소주 전문점과 소주 바의 개점이 잇따랐다.
2003년에는 소주의 출하량이 53년 만에 사케를 상회했다. 그야말로 역사적인 대히트였다. 인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구하기 어려운 프리미엄 고구마 소주도 등장했다. 고구마 소주 애호가로 알려진 프랑스의 전 대통령과 일본의 전 총리가 함께한 외교의 자리에서도 고구마 소주가 제공되었다고 전해진다.
전례 없는 고구마 소주 붐 속에서 기리시마 주조의 구로키리시마 역시 예외는 아니었으며, 한때는 수요에 공급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
당시 영업팀은 주류 판매점과 음식점에 상품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한 점을 사과하며, 상황을 설명하는 나날을 보냈다고 한다.
붐이란 사회 전체를 휘감는 크고도 복합적인 물결이다. 누군가의 의도 하나만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 만큼 단순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유 없는 곳에 열광은 생겨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고구마 소주는 제3차 붐의 주역이 될 수 있었을까.
그 배경 가운데 하나로, 진화한 ‘마시기 쉬움’을 들 수 있다.
고구마 소주는 좋든 나쁘든 원료의 풍미가 비교적 그대로 남기 쉬운 술이다. 과거에는 고구마 특유의 냄새나 잡미가 있어, 그것이 걸림돌이 되어 누구에게나 폭넓게 받아들여지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제조사들은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원료인 고구마의 품질을 높이고 제조 기술을 끊임없이 연마·개선한 결과, 고구마 소주는 한층 마시기 쉬운 술로 거듭났다. 고구마의 향은 더 이상 ‘취향을 타는 냄새’가 아니라 ‘깊은 풍미’로 재평가되었고, 소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나 여성층에게도 널리 사랑받게 되었다.
또한 당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던 점도 큰 요인이었다.
당질·퓨린체 제로, 혈전증 예방 효과 등 소주가 지닌 건강한 이미지가 미디어를 통해 소개되면서, 소주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검은색 식품은 건강에 좋다’는 이미지가 확산되고 있었던 점 역시 기리시마 주조에겐 큰 순풍이었다. 검은깨, 흑초, 검은콩…. 이 흐름에 동참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구로키리시마는 ‘검은 소주’라는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다른 고구마 소주와는 확연히 다른 존재로 자리매김하며 독자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나갔다.
붐을 더욱 오래 지속시킨 요인은 고구마 소주가 지닌 다양성에 있다.
특정 브랜드 하나만 유행한 것이 아니라, 프리미엄 고구마 소주부터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 지역색이 살아 있는 소규모 양조장의 소주까지, 다양한 고구마 소주가 공존하며 하나의 붐을 형성해 나갔다.
또한 고구마 소주는 사용되는 고구마의 품종과 신선도, 숙성 기간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특성을 지닌다. 그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만의 취향에 맞는 맛을 찾아가거나, 상황과 장면에 따라 마시는 술을 달리하는 등, 고구마 소주라는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서 다채로운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고구마 소주 붐이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고, 깊이를 지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데에는 이러한 이유가 크게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마시기 쉬움, 건강 지향성, 그리고 다양성.
이러한 요소들이 맞물리며 고구마 소주를 중심으로 한 제3차 소주 붐은 일어난 것이다. 이렇게 돌아보면, 술의 유행이란 시대를 비추는 하나의 거울일지도 모른다.
술은 생활필수품은 아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술에 기대하는 가치는 식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그리고 그 시대의 ‘분위기’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일 것이다.
어느 시대에서나 사람들의 삶 가까이에 존재하며, 그 시대의 즐거운 순간을 물들여 온 소주 문화.
현재는 새롭게 ‘향기 계열 소주’라는 장르가 주목을 받고 있으며, 바나나나 머스캣을 연상시키는 과일 향이 특징인 소주들이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향기 계열 소주’는 과연 제4차 소주 붐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을까. 다음 시대의 소주는 무엇을 비추게 될까. 그런 시선으로 오늘 밤 즐길 한 잔을 골라보는 것 또한 또 하나의 즐거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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