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한 잔에는 이야기가 있다. 세계가 갈망해 온 ‘생명의 물’.

사람들의 마음을 뜨겁게 하는,
세계 각지에서 태어난 증류주의 역사를 따라가 본다.

프랑스어로는 eau de vie(오드비), 라틴어로는 aqua vitae(아쿠아 비테).
모두 ‘생명의 물’을 뜻하는 말이다.
먼 옛날, 생명을 연장시키는 신비한 힘이 있다고 믿어졌던 증류주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오늘날 증류주는 브랜디, 위스키, 진, 테킬라, 그리고 일본의 소주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서 그 지역의 풍토와 결합해 뿌리내리며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증류주의 역사는 기원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바닷물을 증류하면 마실 수 있는 물이 된다.”
“포도주 역시 같은 방법으로 증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그 유명한 아리스토텔레스가 남긴 말이다.
이미 와인과 같은 양조주가 존재하던 고대 그리스 시대에, 브랜디의 원형을 떠올리게 하는 기록이 남아 있었던 셈이다.
12세기경에는 연금술사들이 꿈을 좇는 가운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생명의 물'로서 증류주가 만들어져 약으로 불리게 되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자리를 잡은 증류주는, 이윽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전 세계로 전파되어 갔다.

자, 한마디로 증류주라고 해도 그 종류는 실로 다양하며, 서로 전혀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한 잔의 커피는 영감을 주고, 한 잔의 브랜디는 고뇌를 씻어낸다.”
이러한 명언으로도 잘 알려진 베토벤이 남긴 말처럼, 브랜디는 프랑스를 주요 산지로 하는 과실주를 증류한 술이다. 과거 네덜란드 상인들이 수출하던 프랑스산 와인은 장거리 운송을 견디지 못하고 시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를 어쩔 수 없이 증류해 운반한 것이 오히려 예상 밖의 호평을 받았다. 네덜란드어로 ‘구운 와인’을 뜻하는 brandewijn(브란데바인)에서 이름이 유래해, 오늘날의 브랜디로 퍼졌다고 전해진다. 우연의 산물이, 생산에 적합한 환경과 맞물리며 수요를 얻어낸 사례라 할 수 있다.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위스키 제조에서 중요한 공정인 ‘오크통 숙성’ 역시 우연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해진다. 17세기 무렵, 잉글랜드와의 합병 이후 과도한 중과세를 견디지 못하게 된 스코틀랜드의 한 위스키 증류소는 결국 밀조에 나섰다. 정부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위스키를 나무통에 숨겨 두었는데,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하게 부드럽게 숙성된 호박빛 위스키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영국을 주요 산지로 하는 증류주 진. 그 기원은 네덜란드의 한 의학 교수가 주니퍼 베리*의 이뇨 작용에 주목해 약용 술로 사용하던 데서 시작되었다고 한다,이후 상쾌하고 마시기 좋은 풍미가 호평을 받으며, 점차 술로서 널리 유행하게 되었다.
*진의 향을 더하는 데 사용되는 침엽수의 열매

멕시코의 테킬라는 용설란(아가베)이라는 식물의 즙을 발효·증류해 만드는 술이다. 할리스코주(州)의 테킬라라는 지역에서 생산된 것만이 그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는 엄격한 조건 속에서도, 테킬라는 세계 4대 스피릿 *으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다져왔다.
어찌 되었든, 사람들은 ‘생명의 물’이라 불리는 증류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으로 이어져 있는 듯하다.
*진, 테킬라, 보드카, 럼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떨까.
일본에 증류 문화가 전해진 시기는 13~14세기경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경로로 전해졌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류큐 왕조에 전래된 아와모리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증류주로 여겨진다. 이후 증류 기술이 규슈로 전파되면서, 고구마·보리·쌀 등 다양한 원료와의 만남을 거쳐 소주가 탄생했다.

에도 시대에 사용된 증류기 ‘란비키’의 복제품 — 기리시마 주조 소장

앞서 살펴본 세계의 증류주와 비교해 볼 때, 일본 증류주의 가장 큰 특징은 ‘코지’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증류 기술이 처음 전해졌을 당시에는 일본주에 사용되던 황코지로 소주를 빚었다. 그러나 온난한 규슈 지역에서는 특히 모로미가 쉽게 부패했기 때문에, 잡균의 번식을 억제하는 구연산을 생성하는 흑코지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백코지의 발견으로 제조 과정의 취급이 한결 수월해지고, 풍미의 폭 또한 넓어졌다. 이처럼 일본의 소주는 코지균과 함께 독자적인 발전의 길을 걸어온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식전주나 식후주가 아닌, ‘식중주’로서의 지위를 확립해 나간 점 또한 일본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사케를 빚기 어려운 지역에서, 증류 기술과 지역의 재료를 십분 활용해 맛있는 소주를 만들어내고자 했던 사람들의 마음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생명의 윤택함을 갈망하는 사람들의 발걸음과 함께, 증류주는 세계 곳곳을 여행해 왔다. 그 여정 속에서 태어난 소주의 뿌리에 생각을 더듬으며 잔을 기울이는 것 역시,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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