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지 않는 ‘풍미’의 지도를 그리는 사람들이 있다.
풍미 맵.
그것은 고객과 새로운 소주를 이어 주는, 중요한 기준자다.
구로키리시마, 시로키리시마, 아카네키리시마 등, 기리시마 주조에는 본격 고구마 소주만 해도 16개 브랜드의 제품이 있다※
“소주를 고를 때 예를 들면 ‘고구마 향이 강한 건 부담스럽다’거나 ‘향이 풍부한 것을 마시고 싶다’처럼, 취향과 요구는 사람마다 제각각이잖아요. 그럴 때 ‘풍미 맵’이 있다면, 고객 스스로도 자신의 취향에 맞는 소주를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당시를 회상하는 이는 주질 관리부의 오카도 유다.
*2024년 7월 기준
다양한 고구마 소주가 존재하지만, 같은 풍미를 지닌 것은 하나도 없고, 각각이 저마다의 개성을 지니고 있다. 그 차이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한 ‘풍미 맵’이 기리시마 주조에는 여러 종류 마련되어 있다.
그중 하나가 세로와 가로, 두 축으로 구성된 본격 고구마 소주의 포지셔닝 맵이다. 세로축은 향이 ‘화사한가’ 혹은 ‘온화한가’, 가로축은 맛이 ‘경쾌한가’ 혹은 ‘농후한가’를 나타낸다. 왼쪽 위로 갈수록 세련된 맛, 오른쪽 아래로 갈수록 풍부하고 깊은 맛을 의미하며, 각 제품의 향과 맛의 특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되어 있다.
“풍미라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고, 사람에 따라 받아들이는 방식도 달라서 매우 모호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그 맛을 공유할 수 있는 ‘기준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풍미의 가시화’는 기리시마 주조에게 매우 중요한 미션입니다.” 이렇게 오카도는 말한다.
실제 풍미 맵을 살펴보자.
*기리시마 주조의 모든 제품을 망라한 맵은 아니다.
*원칙적으로 알코올 도수 25% 제품을 기준으로 비교하고 있다. 일부 도수가 다른 제품도 있으나, 25%보다 낮으면 경쾌하게, 높으면 농후하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구로키리시마. 향은 ‘온화함’ 쪽, 맛은 ‘농후함’ 쪽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다. 다양한 음식과 잘 어울리는 깔끔한 맛을 지니면서도, 원료인 고구마의 향과 소주 특유의 고소한 향이 특징이어서 맵에서는 약간 오른쪽 아래에 자리한다.
구로키리시마EX는 구로키리시마와 비교했을 때, 고구마 소주다운 향과 맛이 한층 농후한 제품이므로, 맵에서도 더 오른쪽 아래에 위치한다.
시로키리시마는 구로키리시마와 같은 고구마를 사용했음에도, 백코지와 효모의 조합으로 단맛·감칠맛·둥근 질감의 절묘한 균형을 추구해 부드러운 목넘김을 구현했다. 그 결과 맵의 중앙 부근에 자리한다.
아카네키리시마는 타마아카네라는 품종의 고구마를 사용해, 복숭아나 오렌지를 연상시키는 향이 특징이다. 따라서 맵에서는 ‘화사함’의 비중이 높은 영역에 위치한다.
기리시마 주조의 풍미 맵은, 오카도를 비롯한 여러 명의 평가자가 후각과 미각을 활용한 ‘관능 평가’를 바탕으로 제작되고 있다. 실제로 제품을 시음해 보고, 19개 항목의 ‘풍미 용어’와 그 ‘강도’로 평가를 진행한다.
여기서 말하는 ‘풍미 용어’란, 그동안의 경험 축적을 토대로 기리시마 주조가 독자적으로 정의한 표현으로,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 〈고구마 향〉은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지만, 사과나 멜론을 연상시키는 〈에스테리〉와 같이 전문적인 용어들도 포함되어 있다. 소주의 특징으로는 일반인에게 다소 상상하기 어려운 표현이지만, 이들은 다양한 맛과 향을 코와 혀로 구분해 내고 있다.
“예를 들어 〈고구마 향〉이라는 평가 항목에서, 시음했을 때 강하게 느껴지는 소주 A에는 77, 약하게 느껴지는 소주 B에는 18과 같이, 강도를 수치화해 평가합니다. 그런 다음 평가자 전원의 데이터를 하나로 집계하죠.”
최종적으로는 고객과 직원이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2축의 맵으로 정리되지만,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는 이처럼 세밀한 분석 과정이 거쳐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풍미 맵은 고객에게 제품의 특징을 알리는 계기가 되는 것뿐만 아니라, 기리시마 주조 전 직원이 공유하는 ‘공통의 기준자’로서의 역할도 맡고 있다.
신제품 개발이나 마케팅 과정에서 새로운 제품과 기존 제품의 풍미를 비교함으로써, 향과 맛의 특징을 설계하고 기존 제품과의 차별화를 도모한다. 특히 신제품 개발에는 여러 부서의 직원이 관여하기 때문에, 관계자 모두가 공통으로 이해할 수 있는 향과 맛의 기준·지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앞으로는 사람에 의한 관능 평가뿐 아니라, 기계에 의한 성분 분석 데이터도 결합해, 보다 객관적이고 편차가 적은 풍미 맵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현재 사용 중인 ‘풍미 용어’ 역시, 기계 분석을 통한 객관적 데이터와 대조하면서 시대의 흐름과 기호의 변화에 맞춰 지속적으로 재검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한다.
누군가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소주를 고르려는 매장 한켠에서, 혹은 새로운 소주를 탄생시키기 위한 회의실에서.
‘풍미 맵’은 오늘도 누군가의 ‘기준자’가 되어, 그 맛의 방향을 조용히 가리키고 있다.
※20세 미만인 분에게 음주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