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리시마 8".
그것은 한 지점을 파고든 품종 개량이 낳은 ‘기적의 고구마’다.
고구마의 품종 개발은, 생각만 해도 아득한 끝없는 여정과도 같다.
“솔직히 처음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쓴웃음을 지으며 당시를 돌아보는 이는, 연구개발부의 이카와 슈지다.
2015년 어느 날, 대표이사 전무 에나쓰 다쿠조우로부터 연구개발부에 하나의 미션이 내려왔다.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고구마 소주를 만들고 싶다. 그 꿈을 실현할 고구마를 우리 손으로 개발할 수 없을까.”
기리시마 주조는 그동안에도 ‘무라사키마사리’, ‘타마아카네'*등,고구마 소주의 원료가 되는 새로운 고구마 품종을 활용한 상품 개발에 의욕적으로 임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개발은 국가의 전문 기관과 협력해 이루어진 것이었으며, 소주 제조사가 자사 단독으로 고구마 육종을 수행하는 사례는 전례가 없었다. 기리시마 주조 역시 지난 약 20년간 수많은 고구마를 사용해 소주 시제품을 만들어 왔지만, 상품화된 소주에 사용된 고구마 품종은 단 4종뿐이다.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과도 같은 확률의 세계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도전하는 일은, 위험이 너무 컸다.
그럼에도 다쿠조우의 뜻은 흔들리지 않았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해보라.”
이렇게 해서, 기리시마 주조 최초의 고구마 신품종 개발이 시작되었다.
*농연기구 개발 품종으로, 등록 품종명은 ‘무라사키마사리’, ‘타마아카네’이다.
신품종 개발의 담당자로는, 당시 연구개발부로 막 이동해 온 이카와가 발탁되었다. 다만 비용과 리스크를 고려해 단독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첫 시도인 데다 사내에 지식과 설비가 전무했고, 극비 프로젝트였던 만큼 외부의 도움을 구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고독한 싸움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오히려 장기전을 각오하고, ‘어차피 할 거라면 즐기면서 해보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했습니다.”
처음 약 10개월 동안은 논문과 전문서를 닥치는 대로 읽으며, 전략을 다듬는 데 전념했다. 그 과정에서 이카와가 주목한 것이, 고구마 소주의 특징적인 향 성분 가운데 하나인 모노테르펜 알코올(MTA)* 이었다. MTA는 과일이나 꽃에도 포함된 향 성분으로, 고구마 소주를 빚는 과정에서 고구마로부터 추출되는 성분이다.
“선행 연구를 보면, 원료로 사용하는 고구마 품종에 따라 소주 속 MTA 농도에 차이가 생기고, 그 농도의 높고 낮음이 소주의 풍미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밝혀져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MTA 농도를 기존보다 더 높이는 것을 축으로 품종을 개발할 수 있다면, 지금까지 없던 맛의 고구마 소주를 만들 수 있는 고구마를 탄생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모노테르펜 알코올(MTA)은 고구마 유래 소주의 향기 성분으로, 과일이나 허브 향을 형성하는 성분 중 하나다. 소주에서 주요한 MTA로는 리날룰, 테르피네올, 시트로넬롤, 네롤, 제라니올의 5가지 성분이 있다.
약 10개월의 준비 기간을 마친 뒤, 육종 1년 차인 2016년, 이카와는 MTA에 주목해 수집한 약 20개 품종의 고구마를 바탕으로 37가지 조합의 교배를 진행했다. 그중에서도 이카와가 특히 큰 기대를 걸었던 것은 8번째 조합, 브라질 원산으로 알려진 ‘시몬 1호’와 아카네키리시마의 원료로도 사용되는 ‘타마아카네’의 조합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바로 그 조합에서 훗날 브랜드명 '기리시마 8'으로 명명되는 신품종 고구마 '기리에누하치노이치(기리N8-1)'가 탄생했다.
“기리N8-1를 원료로 한 소주를 처음 시음했을 때는 정말 놀랐습니다. 설마 첫해부터 성공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기쁨보다도 결과를 의심하는 마음이 더 컸어요.”
이카와는 당시의 놀라움과 흥분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고구마 소주 제조에 사용되는 고구마로 채택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다음의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1) 생산 농가가 재배하고 싶어질 만큼의 수확량이 있는가, (2) 양조 적성이 있는가(소주 담금에 적합한가). 그리고 이번 미션에서는 여기에 더해, (3) 다른 것과 명확히 차별화되는 풍미를 지니고 있는가가 특히 중요했다.
“기리N8-1의 교배친인 시몬 1호와 타마아카네는, 고구마 소주의 원료로 가장 보편적인 품종인 고가네센간과 비교했을 때, 소주 속 MTA 농도가 높다는 점이 이미 알려져 있었습니다. 다만 고가네센간과 비교하면, 시몬 1호는 수확량이 적고 양조 적성은 중간 수준, 타마아카네는 수확량은 많지만 양조 적성이 다소 낮은 편이었죠. 그런 조합에서 태어난 기리N8-1은, 마치 시몬 1호와 타마아카네가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듯, 수확량과 양조 적성이라는 두 가지 허들을 모두 넘어섰습니다. 또한 소주의 주질 역시 기존※을 뛰어넘는 MTA 농도를 지닌, 말 그대로 ‘지금까지 없던 고구마 소주’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본격적인 상품 개발을 추진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품종이 탄생한 셈이죠.”
*기리N8-1로 소주 시제품을 제조하던 2017년 당시 시판되고 있던 주요 본격 고구마 소주를 기준으로 한 비교
신품종 개발을 시작한 지 약 7년.
‘기리N8-1’에서 파생될 후속 품종까지를 포함한 고구마에 ‘기리시마 8’이라는 브랜드명이 붙었고, 본격 고구마 소주 ‘KIRISHIMA No.8’이 수도권 선행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이 상품명은 ‘기리N8-1’이 여덟 번째 교배 조합에서 기적처럼 탄생했다는 데서 유래한다.
‘KIRISHIMA No.8’은 머스캣과 귤을 연상시키는 신선한 과실감이 특징으로, 기리시마 주조에 있어 말 그대로 ‘지금까지 없던 풍미’의 제품이다.
이후에도 농연기구와 공동으로 ‘기리N8-1’의 품종 개량을 지속해, 수확량, 양조 적성, 특징 성분의 농도를 한층 끌어올린 후계 품종 ‘기리에누하치노니(기리N8-2)’의 개발에도 성공했다.
더 많은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체제가 갖춰지면서, 2024년 7월, ‘KIRISHIMA No.8’의 판매 지역은 전국으로 확대되었다.
“KIRISHIMA No.8은 고구마 소주를 좋아하는 분들뿐만 아니라, 그동안 고구마 소주를 부담스러워했던 분들까지도 즐길 수 있는 제품이 되었다고 자부합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분들이 고구마 소주를 즐길 수 있도록,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고구마를 계속해서 찾아 나가고 싶습니다.” 이렇게 이카와는 말한다.
다음에 탄생할 고구마는 어떤 소주가 되어, 어떤 풍미를 빚어낼 것인가. 끝없는 도전의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20세 미만인 분에게 음주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