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는 소주는 회사 안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상품 개발의 원천, '프레이버 회의'를 들여다보다.
기리시마주조에는 ‘프레이버 회의’라고 불리는 회의가 있다. 주로 상품을 비롯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때 열리는 중요한 회의이다.
기리시마 소주의 기존 라인업과는 확연히 다른 라벨 디자인으로 탄생한 도라후키리시마 역시 이 프레이버 회의를 거쳐 탄생했다. 어떤 논의를 거쳐 호랑이 얼굴 모티브를 라벨에 담은 도라후키리시마가 만들어졌는지, 개발에 참여한 기획실의 야마모토 리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도라후키리시마 개발에는 중도부터 합류한 야마모토. 그녀가 업무를 인계받았을 당시 이미 결정되어 있던 것은 황국과 흑국을 조합한 소주를 만든다는 점이었다. 여기에 더해 국의 색을 강렬한 호랑이 무늬와 연결해 도라후키리시마라는 이름으로 하는 방향도 거의 확정된 상태였다.
프레이버 회의는 회사 밖에서 진행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 이름에 ‘프레이버’가 들어가 있지만, 테이스팅은 물론 라벨 디자인이나 카피 문구 등 표현과 관련된 논의도 많이 이루어진다.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쉬운 환경을 중요하게 여기는 전무 에나쓰 다쿠조우가 이 회의의 이름을 붙였다.
야마모토는 이렇게 말한다. "조금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 갔을 때 저절로 자세를 바로잡게 되고, 인테리어나 장식품을 하나하나 자세히 보고 싶어지는 그런 감각이 중요합니다." 회의 장소에 따라서는 그 지역의 풍토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이나 전시물이 있어, 그런 것들에서 영감을 얻기도 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구로키리시마EX의 라벨 개발이다. 현재의 오각형 디자인을 결정적으로 뒷받침한 것은 야쿠시마에서 열린 프레이버 회의의 장소였던 호텔이었다. 우연히도 다각형 형태를 띠고 있던 호텔 건물의 아름다움이 참가자 모두를 납득하게 만들었고, 이를 디자인에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야쿠시마에서 힘을 얻었다고도 할 수 있다. 또한 도쿠베츠죠류 기리시마는 나루토에서 프레이버 회의를 진행했다. 나루토 해협을 자동차로 건너며 본 소용돌이에서 착상을 얻어 새하얀 병에 소용돌이무늬를 담은 디자인이 완성되었다.
무려 다섯 차례의 프레이버 회의를 거친 도라후키리시마였지만, 호랑이 얼굴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은 첫 번째 회의에서 갑자기 등장한 아이디어였다.
"참가자들이 디자인 시안에 투표를 했는데, 그때의 기억이 정말 선명합니다. 이유를 따져서라기보다 직감적으로 호랑이 얼굴 디자인에 표를 던졌던 것 같아요."
특별히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끝까지 이 디자인만큼은 남겨두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평소 회의실이었다면 아마 선택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설령 선택했더라도 주변에서 ‘조금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는 의견이 나와 결국 포기했을 것 같아요…. 프레이버 회의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야마모토는 당시를 이렇게 돌아봤다.
호랑이 얼굴 디자인을 어떻게든 살리고 싶었지만, 야마모토는 초조함도 느끼고 있었다. 기리시마주조의 상품 라벨로서는 너무나도 파격적인 방향성이었기 때문이다. 기리시마 소주의 팬들이 받아들여 줄까. 상품의 매력이 제대로 전달될까. 사내에서도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이런 불안을 떨쳐내기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고 싶었다.
야마모토는 웃으며 말한다. "전무님의 조언도 있어서 그 무렵에는 정말 호랑이에 대해서만 계속 조사했습니다."
라벨에 가장 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한 끝에 도달한 것은 도라후키리시마가 지닌 프레이버였다.
도라후키리시마는 황국 특유의 부드럽고 은은한 단맛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 특징을 디자인으로 표현할 수 없을까 고민하며, 호랑이의 종류에 대해서까지 검토를 거듭했다.
그리고 마침내 도달한 것이 아무르호랑이였다. 아무르호랑이는 다른 호랑이에 비해 추운 지역에 서식해 털이 더욱 복슬복슬하다. 이러한 이미지를 디자인에 반영함으로써 호랑이 무늬의 검은 선은 한층 부드러워지고 표정 또한 온화해져, 도라후키리시마의 라벨에 더욱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완성되었다.
수많은 검토를 거듭한 끝에 호랑이 얼굴을 전면에 내세운 도라후키리시마의 디자인이 완성되었다. 제품을 구매한 사람들로부터도 따뜻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야마모토는 이렇게 말한다. "'나도 모르게 패키지를 보고 구매했습니다'라는 말씀이나, '이 라벨 디자인으로 오리지널 굿즈도 만들어 주세요'라는 편지를 받으면서 도전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품의 프레이버에 걸맞은 디자인을 최대한 새롭게 표현한 이 라벨이야말로 이 상품을 이끌어가는 존재가 되었다.
개발을 진행하던 중 전무는 야마모토에게 이렇게 말했다. "섬세한 부분을 열심히 파고드는 게 얼핏 보면 장난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걸 좋다고 느끼고 알아봐 주는 사람은 분명히 있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 말은 야마모토에게 큰 힘이 되었다. 그리고 프레이버 회의라는 존재야말로 참가자들의 직관적인 의견을 좋은 방향으로 하나로 모아 주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절실히 실감하게 되었다.
야마모토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효율성이 우선되는 시대에 회사 밖에서 장소를 마련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프레이버 회의는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프레이버 회의에서만 얻을 수 있는 감각이 있고, 프레이버 회의였기 때문에 실현할 수 있었던 것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시대에 맞춰 새로운 프레이버 회의의 모습을 계속 찾아가고 싶습니다."
논리를 뛰어넘어 사람을 매료시키는 것을 만들어낸다. 대담하면서도 섬세한 상품성의 원천은 바로 프레이버 회의에 있다.
※20세 미만인 분에게 음주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